‘러블리 러너’는 아이돌과 팬의 뻔한 사랑 이야기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타임슬립 요소를 가미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선재를 업고 달려라’라는 뜻의 ‘선친자'(‘러블리 러너’ 제목)는 한국에서 새로운 유행어가 됐다. ‘여자와 대화하려면 ‘러블리 러너’를 봐야 한다’는 입소문도 나왔다.
제한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러블리 러너’는 ‘눈물의 여왕’처럼 전 연령층을 아우르지는 못하지만, 팬덤을 형성하며 드라마에 깊이 빠져드는 시청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러블리 러너’는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톱 아이돌 류선재(변우석 분)와 그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임솔(김혜윤 분)의 로맨스를 그린다.
총 16부작으로 방송된 ‘러블리 러너’는 현재 10회까지 방송됐다. 시청률은 3~4%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러블리 러너’가 5월 첫째주 TV·OTT 드라마 인기차트 1위를 차지했다. 주연배우 변우석과 김혜윤도 배우 인기순위 1, 2위를 기록했다. 10회는 전국 시청률 2.9%를 기록하며, 공개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처음에는 ‘러블리 러너’가 크게 기대되는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비슷한 주제로 방영된 tvN 드라마들은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꽃띠'(2012), ‘슈팅스타즈'(2024), ‘천상의 아이돌’, ‘반짝반짝 수박'(2024) 등의 시리즈는 틈새 시청자층에 불과했다. ‘응답하라 1997′(2012) 열풍 이후 1990년대 아이돌 팬덤을 그린 드라마는 대부분 밋밋한 평가를 받았다.
이시은 작가는 ‘여신'(2020~2024) 창작 과정에서 개발한 기법을 활용했다. 원작 웹소설 ‘최고의 내일’과 달리 2008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끌어오며 싸이월드, 캔모어, MP3플레이어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접목해 30~40대 여성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늑대의 유혹'(2002), ‘아웃사이더'(2005) 등 소설 속 대사와 장면을 패러디하고 윤하의 ‘우산’, 김형중의 ‘내가 그랬던 것 같아’ 등 배경음악을 더해 몰입도를 높였다.
드라마가 원작 웹툰을 뛰어넘는 것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가운데, ‘러블리 러너’는 대본과 연출, 연기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뤘다.
주연배우들의 케미스트리도 큰 몫을 했다. 29cm의 키 차이로 변우석(189cm)과 김혜윤(160cm)이 함께 서있는 장면은 설렘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변우석은 2014년 모델로 데뷔해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수지가 영화 ‘건축학 개론'(2012)을 통해 남자 첫사랑의 대명사가 됐다면, 변우석은 이제 ‘러블리 러너’를 통해 여자 첫사랑의 아이콘이 됐다. 김혜윤의 탄탄한 연기도 변우석을 더욱 빛나게 했다.
‘러블리 러너’에는 A급 배우나 유명 작가, 감독이 출연하지 않는다. ‘러블리 러너’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는 공개되지 않으며, 라쿠텐 비키, 일본 유넥스트, 대만 아이치이 등 아시아 콘텐츠 플랫폼에서만 시청 가능하다.
김혜윤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를 통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었지만, ‘러블리 러너’ 개봉 직전 해외 관계자들 사이에서 ‘변우석은 누구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제작진은 톱스타를 캐스팅하기보다는 자신의 역할에 맞는 배우를 찾는데 더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선재 열풍’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러블리 러너’는 5월 첫째 주(4월 29일~5월 5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Viu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홍콩과 필리핀에서는 2위, 태국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속 변우석이 출연한 밴드 이클립스의 ‘서든 샤워’가 멜론 차트에 올랐고, 이클립스의 팬미팅 요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변우석은 다음 달 대만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방콕, 서울, 홍콩으로 첫 아시아 팬미팅 투어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김혜윤의 팬들은 변우석에 비해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소속사를 상대로 항의했다.
팬들은 “’러블리 러너’를 놓치지 마세요”라며 드라마 자체 홍보에 앞장서며 시청률이 높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혼란을 토로하고 있다.
CJ ENM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공을 환영합니다. ‘러블리 러너’는 MBC 출신으로 스튜디오S로 이적한 김호준 CP가 선보이는 첫 드라마다.
김 CP는 “’러블리 러너’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안티팬도 거의 없고, 많은 분들의 칭찬을 받고 있어 뿌듯하네요. 마케팅팀부터 내부 스태프까지 모두 팬이 되어 ‘선재 열풍’에 휩싸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