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로 넘어가기 전인 조선, MBC 금토드라마 ‘박씨의 혼인계약기’의 주인공 박연우(이세영)는 어부 박씨의 외동딸이지만 비밀리에 옷과 자수를 만들고 판매하는 숙련된 장인으로 일합니다.
박연우는 남다른 미모와 지성, 다재다능한 장인정신을 갖춘 완벽한 여성이다. 결혼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독립 생활을 위해 결혼을 거부하고 좋아하는 옷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어머니의 압박에 박연우는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다. “귀족과 결혼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거기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결코 큰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 이름대로 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난 10월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월화드라마 ‘중매’의 여주인공 정순덕(최이현)도 이중생활을 즐기는 캐릭터다.
정순덕은 부잣집 큰 아들과 결혼했지만 결혼 6개월 만에 과부가 되어 5년째 그렇게 살고 있다. 뛰어난 관찰력과 밝은 성격, 순정소설에 대한 안목을 겸비한 조선 최고의 중매자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짙은 화장과 붉은 입술, 눈 밑에 귀여운 점으로 변신한 정순덕은 학자 심정우(로운)와 함께 세 처녀의 결혼을 돕는 프로젝트에 나선다.
‘박씨 결혼계약기’ 후속으로 2024년 1월 방송 예정인 MBC 새 금토드라마 ‘기사꽃’의 여자주인공 조여화(이하 하니)가 복귀한다. 미망인과 가면을 쓴 전사 사이에서.
조여화는 과부가 된 뒤 오전에는 사당에서 일을 하다가 해가 지면 담에 올라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조여화는 이중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장교 박수호(이종원)와 얽히게 되고 특별한 공조를 하게 된다. 조여화가 두 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유는 불의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옥상에 앉아 있는 모습은 캐릭터의 양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는 여성 서사와 여성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사극 장르의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사극에서 조선시대는 여성의 역할에 많은 제약이 있는 유교사회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과거 사극 ‘붉은 소매’를 연출한 정지인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극에서 여성의 독립성은 제한적이다. 우리가 그 한계를 어디까지 넘어갈 수 있는지 끊임없이 테스트하는 것 같았어요.” 사극에서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여성 캐릭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극은 이제 이중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는 개념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여성 캐릭터가 사회의 제약을 뛰어넘어 드라마 작가들이 새로운 서사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상력이 가미된 개성 넘치는 여성 캐릭터들이 사극에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